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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생각케하다

부부싸움후 집나간 아내가 향한곳은?

by 티런 2009. 11. 5.


이 이야기는 결혼후 초기에 일어나는 주도권싸움 시기에 있었던일을 떠올리며 적은글입니다.

연애를 몇년동안 하고 결혼을 했지만
서로의 장점만 보아온걸까요?

적당히 가식적인 모습이 담긴 연애생활을 청산하고
한살림을 꾸린후...

흔히들 말하는 주도권싸움이 일어났습니다.
한곳에서 터진 이 싸움은 전분야에 걸친 감정싸움으로 발달되고
툭치면 악~ 하는 험악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곤 했습니다.

다행히 둘다 이런 상태를 오래 끄는 성격이 아니라
잠시후 서로 이야기하고 풀고... 그래왔습니다.

그런데, 빈도가 점점 더 잦아진다 싶더니 사건이 일어난 그날은 상태가 심각해졌습니다.

의견차이로 말싸움후 아내는 방으로 들어가서 울기시작합니다.

"내가 저넘을 믿고 여기까지....ㅠㅠ"
이런 멘트가 귀에 들리는듯 합니다.


결혼후 아내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보니 마음이 찡합니다.
저 믿고 아무연고 없는 낯선곳까지 온 사람인데...
이런모습 볼려고 결혼한것 아닌데...

내가 잘했으면 뭐하고 아내가 잘했으면 뭐할까요...
이해하고 잘 맞추고 살아도 힘든세상인데...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가며 미안한 생각이듭니다.

방으로 들어가 아내를 달래봅니다.
헙,평소같으면 바로 풀릴 아내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머리를 뒤로 질끈 묶더니
핸드백 하나 들고 집을 나가버립니다.

"...???? "

화가 많이 났나 싶기도 했지만 집을 나가는 모습을 보니 말리고 싶은생각이 없어지더군요.
당황스러움은 잠시...아내의 행동에 화가 납니다.
냉장고에서 소주와 반찬으로 먹다남은 미역무침을 꺼내 집 천장을 보며 갑갑한 마음을 다스려봅니다.
금방 들어오겠지...

또깍~또깍 시간은 흘러...

얼추 한시간이 넘어가는데 들어오지를 않습니다.
갑자기 아내의 행방이 궁금해집니다.

근처에 지인은 한명도 없는데...
차몰고 두시간 거리인 처남집에 갔나..
아님, 친정으로 간거 아닌가....

추측만 난무해집니다.

그래도..기다리면 들어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기다려봤습니다.
어느덧 시계가 밤10시를 향하고 있습니다.

슬슬 걱정이 됩니다.
안되겠다싶어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탁~! 하고 끊어버립니다.
다시 걸었더니 이젠 받지를 않습니다.

이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나 생각해보니 맘이 답답해집니다.
안되겠다싶어 집앞에 나가서 기다려보기로 맘을 먹습니다.

아파트상가앞에서 아내를 기다려봅니다.
전화는 계속 안받습니다....ㅠㅠ

이십분쯤 기다렸나싶은데
전화가 울립니다.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본가에서 걸려온전화입니다.
일찍주무시는 부모님이 왠일로...???

전화를 받았더니

아버님목소리가 들립니다.
"이노무짜슥... 얼릉 집으로와라."

"?네?"

"얼릉 오라니깐..."

"저 지금 못가는데요...."

'왜?'

" 아버지 며느리가 친구만나러 가서 아직안들어왔어요"
순간적으로 이런 급조된 핑게를 대어봅니다.

"이노무자슥.. 친구 만나러간 며늘님 우리집에 있다"

"헙..."

후딱 택시잡아타고 본가로...

도착해보니 아내는 시아버지옆에서 태연스럽게 귤까먹으며 저를 쳐다도 안봅니다.
이쯤되면 아내가 싸움스토리를 다 공개한듯 보입니다.

아버님이 저를 보고 야단을 치십니다.
"니 혼자 살던대로 할꺼면 결혼은 왜했냐?"
"며느리한테도 따끔하게 한소리했다"
"이게 뭐하는짓들이냐...서로 좋아해도 모자란 신혼에..."

"죄송합니다ㅠㅠ;;"
"다신 안그러겠습니다..."

그렇게 꾸중을 들은후..
아내를 데리고 본가를 나섭니다.
집나가서 시댁으로 향한건 어찌보면 고마운것 같은데
아버님이 혼내켰다고 하니 안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미안해..."
"근데 아버지한테 많이 혼났냐?"

...

"ㅎㅎ 내가 왜 혼나..오빠 고집불통에 속좁다고 일러바치니
아버님이 그넘이 원래 그래... 이러시면서 오빠 혼내킨다고 하더만..."

"헙~...!!!!"

"그건 그렇고 그리 갈때가 없더냐?"
"고작 간곳이 시댁이냐?"

"솔직히 친정가고픈 마음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시댁가서 속풀이 하는게 가장 효율적인것 같았어"

.......

말문이 막힙니다...



그날이후 아내는 시아버지의 비호아래
한번씩 일러쟁이로 변신하여 저의 고집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시기에 찍은 시아버지와 아내의 모습을 보면
흐믓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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