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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이런저런일

스팸메일보고 놀란 칠순노모의 사연

by 티런 2009. 12. 14.



연로하신 어머님의 소일거리를 위해 예전에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법과 온라인고스톱 치는방법까지 알려 드린적이 있습니다.

그때, 친구분들중 이메일을 사용하시는분들이 있다며 가르쳐 달라고 하시기에 잠시 알려드렸는데... 
아무래도 연세가 많으시니 이해를 잘 못하시더군요.

어머님 자신도 이메일을 보내고 받는게 아직 역부족이란걸 느끼셨는지 이내 포기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헌데, 그동안 집에 놀러오셨던 외삼촌,이웃아줌마등이 메일 사용법을 가르쳐 드렸나봅니다.
그 결과로 일취월장 하셔서 언젠가부터 메일을 사용하시는것 같더군요.

예전엔 대뜸 전화를 하셔서 메일주소를 알려달라고 하셔서,
띄엄띄엄 알파벳을 불러 메일주소를 알려드렸더니 1시간쯤후에 메일을 보내셨더군요.

'추운데 내복입고 다녀라'
헙..딱10글자....ㅠㅠ
그러시곤 확인전화를..."날라갔냐?"ㅎㅎ



이번 주말에 본가에서 만나신 어머님. 식사를 하시다가 이메일 이야기를 하십니다.
메일을 몇몇 친구분들이랑 하셨는데 핸드폰 문자가 더 편하다고 하십니다.
메일같은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도 하십니다.

그말을 듣고 저는 아직 어려워서 그러신가싶어서 메일이 왜 필요한지를 간단하게 다시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핸드폰 번호를 모르는 사람이나 단체등에선 편지나 전체알림 형식으로 보내기 때문에 아주 필요한 기능이라고 이해를 시켜드렸죠.

그런데, 설명을 들으신후에도 혀를 조금씩 차십니다.
뭔가 다른 할말이 있으신것 같더군요.

그래서,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근데,그게 몹쓸꺼더구먼"
"왜요?뭔일 있으세요?"
"아니, 메일이 공짜는 아닌것 같아서... 몹쓸 내용도 봐줘야하고..."
"네?"
"아무리 편지를 공짜로 보낸다고 하지만...나이든 사람한테 그런걸 보라고 보내니..."

앗...갑자기 스쳐지나는 느낌이 있습니다.

"어머니 메일 비밀번호가 어떻게 되었죠?"
후다닥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셔 보니...가관입니다.



참 민망스럽기 짝이없습니다.
저희 세대랑은 틀리게 이런문화를 접하면서 젊은시절을 보내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받으신 충격은 대단하실것 같더군요.
핸드폰스팸메일이야 텍스트로만 되어있지만 스팸메일은 사진까지 첨부되니 ...ㅠㅠ

이 메일계정이 어떻게해서 이분들에게 알려졌는지는 알수없지만...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메일을 보내시는 업자분들.
어렵겠지만,좀 가려가면서 보내주면 안될까 하는 바램이 듭니다.

일단, 이 스팸메일 사태(?)를 정리해 드렸습니다.
이건 공짜로 편지를 보내는 댓가로 해당회사에서 어머님 보시라고 보내준게 아니다.
어머님 핸드폰에 한번씩 알수없는 문자가 오는것 처럼 이런 메일들도 어머님 메일주소를 알게된 사람들이
자신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기위해 보내는것이니 눌러서 보실필요가 없다고 차근차근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그래도 앞으로도 이런 메일들이 날라올수 있다는 말씀을 들으신 어머님.
마지막으로 한말씀을 남기십니다.

"메일은 무서워서 못하겠다.
그냥 힘들어도 문자로 연락해야겠다.좋은것도 아닌데 노인네들 왜 메일,메일 하는지 모르겠다"

말씀을 듣고, 어머님 입장에서 생각을 정리해보니 답은 나오더군요.
저런 스팸메일들이 없어지지않는한 어머님의 충격은 더욱 커질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메일 하지마시고 그냥 핸드폰문자로 친구분들이랑 연락하세요.ㅠㅠ"

세상을 알기위해 한발자욱을 더 디디신 어머님, 요즘의 삐뚤어진 세태에 뒷걸음 치는건 아니신지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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