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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생각케하다

아버님이 매일아침 신문을 스크랩하는 이유

by 티런 2009. 12. 23.


칠순을 훌쩍넘기신 아버님.
퇴직하시고 소일거리가 없으셨던 시기서부터, 이것저것 자기개발을 위해 투자하신지가 십수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서예,영어,일본어등 젊었을때 보다 더 왕성하게 공부하시는 모습을 보면 참 존경스러운 생각이 들더군요.
아내도 처음에 시집와서 TV 앞에서도 교재를 들고 계시는 아버님의 모습을 보곤 아주 놀랐다고 합니다.
그런 아버님이 요즘은 영어회화 삼매경에 빠져계십니다.

아버님의 책상위를 한번씩 보면 아버님의 생활상이 그대로 나타나있습니다.
각종 어학교재와 단어장 그리고 그사이로 듬성듬성 보이는 청첩장까지...
그러나 이 책상위에서 항상 저의 눈을 고정시키는것은 신문 스크랩 뭉치입니다.

이게 뭔가하면....



매일매일 신문에 나오는 생활외국어를 아침마다 오려서 스크랩해두시고
집에서도 계속 보시고 외출 나가실때도 조그만 가방에 넣고 나가셔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공부를 하신다고 합니다.
매번 느끼지만 열정이 대단하신것 같습니다.



한번씩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서 교재를 사서 보시라고 블로그를 하면서 생기는 도서상품권을 드리기도 하지만,
새로운 외국어교재는 책상위에서 보이질 않습니다.
아마, 손주들이나 친구분들 오시면 그쪽으로 제가 드린 도서상품권이 흘러버리는것 같습니다.

궁금하던차에 교재를 사서 보시질 않는 이유를 며칠전 여쭤봤습니다.

"요즘에 좋은 회화책들 많은데 사서 보시지 불편하게 왜 신문 오려서 공부하세요?"
"이게 왜 불편하다고 생각하니? 매일매일 오는 신문에서 회화책이 몇권이 완성되는데..."
"그래도 친구분들 계신곳에 스크랩하신 신문뭉치 들고 다니시면 좀 그러실것 같아서요..."
"남들눈 그런거 이야기하는거면 관둬라~그런게 왜 중요하니..내 머리속에 지식을 키우는일에..."
"....ㅠㅠ"

교재가 없어서 공부 못한다는것은 결코 이유가 될수 없고 할려는 의지와 습관을 갖추는게 중요하다고 그러십니다.
아버님 자신은 그 습관을 규칙적으로 오는 신문에서 찾았을뿐이라고 하십니다.
나에게 맞는 편한 걸음은 평소에 신던 신발에서 나오지 새로산 신발에선 결코 나올수 없다는 설득력있는 이야기까지...

괜시리 핀잔먹고 덧붙여서 평소에 강조하시는 헛돈론(헛돈쓰면 지금의 행복은 오래못간다)까지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ㅠㅠ

옆에서 듣고 계시던 어머님이 얼마전에 있었던 일을 알려주십니다.

주말 예식장을 다녀오시던 아버님. 집에 오는 버스안에서도 이 신문스크랩을 읽고 계셨나봅니다.
마침, 옆좌석에 탓던 아파트앞 영어학원 원어민 강사분이 보곤 관심을 보였고...
아버님 또한 그동안 갈고닦은 회화실력을 발휘할수 있는 상대를 만나게 되었으니...
팔로우미!~를 외치시고 집에까지 데리고 와서 커피대접까지 하셨다고 합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외국인에 어머님은 많이 당황하셨지만, 막힘없이 나오는 아버님의 회화실력이 자랑스러웠다는 결론을 내십니다.
결과적으로, 신문스크랩으로 오랫동안 공부하신 아버님의 영어회화실력은 일취월장 하시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사실,저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맘.새로운방식을 찾아서 새로운 부분들을 많이 시도했던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교재도 그렇지만 연습장 필기구까지 새로 사곤 했는데...
그 새로운 시도들은 며칠 못가게되고 집안에 어학교재들만 쌓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곤 했던 아픈 기억이 납니다.


매일 오는 신문속에서 영어공부방법을 찾으신 아버님을 보면서...
늘 새로운 방식만 추구해왔던 저의 생활태도가 부끄럽게 느껴졌던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