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하루.이런저런일

뜬금없이 돈을 보내주신 어머님의 마음

by 티런 2010. 4. 2.



어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전화기에 뜬 번호를 보니 저희 어머님이시더군요.

낮시간에 전화를 하시는걸 보면 뭔일이 있으신가봅니다.
보통 낮에 전화를 하시면 집안에 갑자기 고장난 물건이 있다거나,뭘 잊어버리셨다거나... 
해결할수 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아버님이 계시지만 두분다 연세가 많으셔서...
저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을 하시는 상태입니다.

전화를 받으니 대뜸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그 학창시절에 쓰던 통장 그 통장 아직 사용하지?
네...아직도 쓰고 있는데요.왜요?
거기다 30만원 넣었다.확인해 봐라.
???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머님이 돈을 넣어주실 이유가 없습니다.

왠 30만원인데요?

응.. 보약한채 지어 먹으라고...

갑자기 왠 보약이요?

지난 주말 감기걸려 시름시름하던 제 모습을 보고 마음을 쓰신걸까...
갑자기 찡해집니다.

저 다 낫았어요.
글고 무슨 돈이 있으시다고 이리 큰돈을 말도없이 넣어주세요.
보약 안먹어도 되니 다시 넣어드릴께요....





잠시 말씀이 없으신 어머님.
진실을 말하기에 제가 너무 큰꿈을 꾸고 있었나봅니다.



그게 아니고...
며늘아이 말이다~

며느리가 시집온후 온한벌 해준적도 없고...
요즘 보니 살이 좀 빠졌던데... 암말 말고 보약한채 해줘라.
가격은 모르니 이것만 넣었다.모자르면 니가 좀 보태고...


며느리도 아픈곳없이 건강하다는 말씀을 드려도 막무가내 이십니다.
많이 생각하고 넣으신 상태이시니 돌려드린다는 이야기에 결국 화를 내십니다.

시집오고 몇년만에 첨 해주는건데..
왜 그리 말이 많냐.
그럼 끊는다.


뚝~...

용돈을 더 드려도 시원찮을판에...
이게 왠 경우일까...

갑자기 멍해집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이야길했더니..
되려 저보고 뭐라고 합니다.

아픈데 없는데 아픈데가 생기는것 같다고....
돌려드릴수 없는 상황인것 같다고 여차저차 이야길했더니 결론을 냅니다.

"그돈 잘 두었다가 나중에 어머님,아버님을 위해 써야겠다..같이 여행을 가든...."

응 그러든지..돌려드리기엔 너무 완고 하시니...일단 여기서 마무리짓는게 나을것 같네..

이렇게... 갑자기 어머님에게서 날라온 보약값에 대한 소동은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부모님에게 이런 맘을 쓰게 하셔서 너무 죄송스런 마음이 들더군요.
항상 씩씩한 모습,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