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저희집 근처로 이사왔다며 저녁이나 같이 먹자는 혼자사는 친구의 초대에 응해봅니다.
집들이엔 딱이라는 세제랑 휴지를 사들고 아파트입구에 도착해 몇호인지 전화로 다시 확인하고 엘리베이터를 탓습니다.

그런데 같이 타신 아주머니.
제가 10층을 누르니 멈칫 쳐다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주머니는 11층을 누르십니다.

10층 친구가 사는 층에 내려 벨를 누르고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는데... 
계단을 몇걸음 내려와 어느집으로 들어가는지 빠꿈 쳐다보는 아주머니의 눈빛이 보입니다.

글쎄..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더군요.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친구집을 방문한 저로선 살짝 불쾌한 기분이 듭니다.

친구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커피한잔과 함께 그동안 못나누었던 회포를 풀어봅니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 식사해야지...라고 하며 주방쪽으로 가는 친구.
나가서 사먹자는 이야기에 삼겹살 사다 놓았으니 그걸로 먹자고 합니다.



잠시후... 소주 한병에 삼겹살을 구우며 먹다보니,아까 윗집 아줌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집에 들어오기전에 윗집 아주머니의 행동을 말해주었더니...조금 의아해 합니다.

"왜 그러지... 궁금해서 그러나...난 누군지도 모르고 말도 안해봤는데..."
"그나저나,그집 엄청 시끄러워... 새벽2시까진 운동장이던데..."

"지금은 조용한데?"
"그러게...이런 이야기 남에게 할때면... 귀신같이 조용하자너..ㅎㅎ"
"ㅎㅎ 그렇지..."

소주를 한잔씩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갑자기 인터폰이 울립니다.
친구가 인터폰을 받으러 가서 잠시 상대편의 이야기를 듣는것 같더니, 얼굴이 빨개지며 한마디를 합니다.

"아파트에서 삼겹살 먹으면서 냄새 피워서 죄송합니다만,저는 이집 이사와서 처음 구워먹습니다"
"냄새가 많이 나서 불편하니 조심해 달라고 하시면,저는 집에서 삼겹살 안구워 먹을겁니다.하지만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 안되죠"
"집에 친구 찾아온것까지 안다는 식으로 이야길하며, 다짜고짜 아파트에서 삼겹살을 먹어서 냄새 피운다고 나쁜사람들이라뇨!"


옆에서 들으니,대략 무슨 내용인줄 알겠습니다.
섣불리 거들면 싸움이 커지는법. 가만히 통화 추이를 살펴봅니다.

"ㅎㅎ 결국 그 말씀하실려고 지금 인터폰했나요?"
" 손님 있으니 나중에 이야기 하시죠.."

이러고 인터폰을 끊은 친구.
다시 자리로 오는 모습이 씁쓸합니다.

"왜? 결국 무슨말인데?"
"아파트에서 예의없게 삼겹살 먹으며 냄새 피우니 나쁜사람들이래. 그러니 자기네 애들 뛰는것 가지고 뭐라 하지말래"

"뭐라한적 없다며?"
"없어..이사온지도 얼마 안되는데...나름대로 작전 짜신것 같은데..."

이거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될지... 분간이 안됩니다.

"어떻하니? 보통이 아니신것 같은데..."
"응... 잘 풀어나가야지..세상사 편한 구석이 없네..."

언제 오냐는 아내의 문자를 받고 친구집을 나서는데 맘이 참 씁쓸해지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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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티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