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하루.이런저런일

고속버스안에서 시계파는 코메디를 목격하다

by 티런 2010. 4. 24.



얼마전 지방에 볼일이 있어 고속버스를 탓습니다.
하루코스로 다녀와야하기에 새벽에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가서 3-4시간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새벽부터 서둘렸던 여정이기에 고속버스를 타자마자 피곤함이 밀려옵니다.
깨어나면 터미널이어라~는 바램을 가지고 쿨쿨~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고속버스가 정차하는 느낌이 들어 깨어보니 휴게소입니다.
반정도 온것 같더군요...

차안에 승객은 앞자리에 계시던 10분정도...
저혼자 뒷쪽에 앉아있었습니다.(맨뒤에서 세번째 자리에 자리)
제 뒤론 아무도 안계시구요..

승객 몇분이 화장실을 가시는것 같았고,저는 그냥 자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눈을 감는데...

차앞쪽에서 "안녕하세요!"라는 우렁찬 소리가 들립니다.
일어나서 앞쪽을 보니 양복을 말쑥하게 빼입은 두분이 서 계십니다.

뭘까..하는 호기심에 지켜보니 손에 금장시계를 가지고 있더군요.
순간 느낌이 확~옵니다.
'아직도 이런 분들이 있구나...' 하는 그다지 안좋은 느낌이었습니다.

명품 금장시계고 가격은 수십만원짜린데 오늘 특별히 추첨을 통해 당첨 되신분들에게 공짜로 드린다.
그런후...번호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고 당첨된분 손들라고한 다음...
세금명목으로 몇만원정도는 내셔야된다.

이런식의 스토리가 전개될 예감이 듭니다.

이런 판매방식은 아주 오래전 부터 내려오던 수법인것 같습니다.
어릴적 아버님이 출장을 다니시다 고속버스안에서 이런방식으로 사왔다는 금장시계를 본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그시계는 얼마후 색이 변하고 ... 여러가지 이유로 쓰레기통으로...뭐 이런 기억입니다.
그후 몇번 고속버스안에서 이런 광경을 직접 본적이 있었구요....

그런데 오랜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런 상술이 먹히나봅니다.
그러니 아직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이런 방법으로 시계를 파시는 분들이 있나봅니다.

여튼, 제가 예측했던 제품판매방식에서 조금 변형된 형태로 한분이 설명을 하고 나머지 한분은 번호표를 나눠주십니다.
그런데 제한테 다가오신분. 저에게 번호표를 주고 제 뒤로 가시더군요.
"이상하다 뒤에 사람이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 쳐다보니 제 바로 뒤에서 뒤쪽을 바라보며 서 계십니다.

어느덧 설명이 끝나고 잠시후 당첨자 발표가 이루어집니다.
분명 그 번호 가지신분들 몇분 계셨을것 같습니다.
저도 보니 당첨입니다만, 모른체 하고 앉아있었습니다.

당첨되신분 손드시라고 하는 소리에 아무도 반응이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뒤에 계시던 동업자분의 목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당첨되셨군요!축하드립니다.~"
"네네~ 세금으로 삼만원...싸지요?..감사합니다.~~잘쓰세요~"

이상합니다.제 뒤엔 아무도 안계시는데...
뒤를 돌아볼까 싶었지만 괜시리 눈 마주치면 서로 뻘줌할것 같습니다.

앞쪽에 계신 승객분들의 구입을 유도하기 위해 단독 코메디를 펼치신겁니다.
순간, 앞에서 속으시는분 없으셔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터져나올려고 합니다만, 분위기상 심하게 참아봅니다.


그렇게 열성적인 단독 코메디로 분위기를 잡았지만 다행히 승객분들 다 이런 판매행위의 실체를 알고 있었나봅니다.
아무도... 아무도...시계에 대해 반응이 없습니다.

앞에서 설명하시던분 안되겠다 싶었는지...
"오늘 아쉽게도 뒤에 한분만 당첨되셨군요.박수 한번 보내드립시다~!"라는 엉뚱한 소리를 합니다.
물론, 박수치시는분들은 없었고...몇분이 힐끔 뒤를 쳐다보십니다.
저랑 눈이 마주치신분의 눈초리는 '너 속았다...' 이런 표정인것 같습니다.

"나머지 시계도 드리고 가야하니, 희망하시는 분에게 드리고 가겠습니다.희망하시는분~!!"
이란 회심의 후속타에도 승객분들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판매자 두분 버스를 내려가시더군요.


잠시후 기사님이 오시고...
"혹,시계같은거 파는거 사신분 있어요? 그거 사지마세요~"이러시니...
앞쪽분들은 동시에 뒤를 쳐다보시고 뒤엔 저혼자 떵그라니...


" ㅠㅠ아니예요.아까 그 아저씨가 혼자서 한 코메디입니다!!"
 
뭐 이렇게 외치고 싶었지만...상황상 누가 믿을까 싶습니다.ㅠㅠ

고속버스는 출발하고... 잠은 더이상 오지않고...
엉뚱한 오해는 받고있는 상태지만 제 뒤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양 혼자 코메디를 하시던 그분 생각에...
그 당시 참았던 웃음이 한동안 멈추질 않던 귀로길이었습니다.

더이상 '고속버스안 추첨 시계판매' 이런 판매방식에 속으시는분들 없으셨으면 합니다.
물건은 정직한 설명과 품질에 맞는 가격으로 판매를 해야할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