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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이런저런일

자장,짬뽕? 고민이 물거품이 된 이유

by 티런 2010. 5. 16.



"중국음식 시켜먹을까?"
"응.좋지.난 자장 오빠는?"

"ㅉㅏ...ㅉㅏㅇㅏㅁ..."
 
"뭐? 그니깐 뭐?"

"자장! 아니 짬뽕...아니다 잠시만..."

괜스레 이런날이 있더군요.
자장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짬뽕먹고 싶다는 생각이 콕 집어서 든 날이 아니라...
그냥 중국음식이 먹고 싶은 그런 두리뭉실한 날엔 자장과 짬뽕의 선택 질문에 갈팡질팡하게 되는 그런날.


"허허.. 딱 부러지게 이야기하숑"

"짬뽕!"

이런 상황에선 상대편이 못믿겠다는 듯이 꼭 되물어 봅니다.

"진짜? 안바꾸지? 지금 시킨다?"

(저희가 시켜먹는 중국집은 아쉽게도 짬짜면이 없습니다.ㅠㅠ)
탕수육도 먹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따라 그 중국집의 스티커 메뉴판을 보고 세트b로 결정을 해봅니다.

세트a=자장 + 자장 + 탕수육,만두
세트b=자장 + 짬뽕 + 탕수육,만두


전화를 거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맘속에선 갈등이 또 생길려고 하지만, 입을 틀어막고(ㅡ..ㅡ) 꾹~참아봅니다.

"세트b로 갔다 주세요~"
이 말 한마디에... 모든 갈등이 끝나는 순간입니다.

30분정도 흐른후...
초인종 소리가 들립니다. 문을 열고 배달하시는분을 반갑게 맞이해봅니다.

음식을 현관에 놓으시는데 유심해 안보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봅니다.
"얼마에요?"

"13,000원이요"
20,000원을 드리고 거스름돈을 받아봅니다.
근데 가격이 약간 차이가 나는것 같아 14,000원 아니냐고 물어보니...
"13,000원인데요"라고 대답하시더군요.

배달하시는분 나가시는데 현관문을 열어드리고 들어오니 아내가 엇! 이런 소리를 냅니다

"왜?"
"세트b시켰는데..."

바닥을 보니 자장면 둘에 탕수육하나입니다.
아~~~ㅠㅠ
현관문을 열고 배달하신 아저씨를 부를려고 했더니 엘리베이터는 떠나고 없습니다.

덜썩!~ㅠㅠ
그냥 자장으로 먹자고 하는 아내의 말.갈등의 순간들이 아까움으로 다가오지만 이내 수긍해봅니다.
"그래 그냥 먹지... 배도 고픈데..."라고 대답하며 음식들을 옮겨봅니다.

하지만,잠시후... 
분명 세트b를 시켰는데..
왜 이게 왔지....의문이 머리속에서 가시지를 않습니다.

중국집으로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저 00동0000호인데요. 아까 세트b를 시켰는데 세트a가 온것 같습니다."
"네? 어디시라구요..잠시만요..."
"세트a가 맞는데요"
"거참,이상하네요.분명 b세트로 시킨것 같은데..."
"제가 아까 주문받았는데 분명 제 글씨로 a라고 적혀있습니다"
"아..그렇군요. 저희가 잘못시켰군요.잘 알겠습니다~"

이러고 전화를 끊고...자장면의 랩을 뜯는데...
왜 그리 서운한건지...ㅠㅠ

그래도 자장면의 맛은 다행히 아주 맛있습니다. 아쉬운 생각은 이미 저 멀리로....

자장면을 반쯤 먹고있을때 전화가 울립니다.
제가 받아보니 중국집이라고 합니다.

"무슨일 때문인데요?"

주인분이라고 하시는데 주문 적어놓은걸 보니 b세트가 맞다고 합니다.
배달이 잘못 간거라고..죄송하다고...
아까 전화받은 종업원분을 야단치셨다고 하네요.
손님이 확인 전화까지 했는데, 잘못된걸 알면서도 거짓말을 했다고....ㅠㅠ

이쯤되면 상황이 그려집니다.
그래도 이렇게 전화까지 주셨으니...쿨하게 넘기려 애써봅니다.

"괜찮습니다.아까 확인전화 받으신분 다음부턴 안 그러시겠죠"
이러고 끊을려고 했더니, 다시 짬뽕을 하나 더 가져다 주신다고 합니다.

"사장님 괜찮습니다. 자장 맛있게 먹고있고 ..뭐 돈 계산이 잘못된것도 아니니..."
"담엔 정확히 해주시면 됩니다.저희 자주 시켜먹는거 아시죠? "라고 하고 마무리를...

거짓으로 확인을 해준 종업원분이 좀 원망스럽긴 했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전화를 주신 중국집 사장님의 전화를 받고나니 마음이 훈훈해는것 같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는 풍토속에서 받은 전화한통.
자장이냐 짬뽕이냐의 고민의 시간들이 물거품이 되긴 했지만 무척 반가웠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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