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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이런저런일

개인의 독특한 취향 존중되어야 할까?

by 티런 2010. 6. 17.



얼마전에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횟집에서 산낙지를 먹을려고 하는데 한 친구가 부산하게 주방을 드나들며 무언가를 어필하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들은 이런저런 이야기에 심취해 있어 그 어필 내용이 뭔지를 알수가 없었지요.

잠시후 짠~하고 테이블에 나타난 산낙지는 토막에 토막에~ 또 토막을 내어 갈아 놓은듯한 상태.

"
어케된거임? 여기 산낙지는 원래 이리 몽땅 한거임?
이거 어케 먹어야 하니?


"

웅성거리는 와중에 보니, 주방에다 뭔가를 이야기하던 그 친구 녀석이 말없이 산낙지를 수저로 퍼먹는 모습이 보입니다.

...


이 친구.고기를 엄청 좋아하는 식성입니다.그런데,해산물 종류는 입에 대질 않습니다.
예전에,이유를 한번 물어보니, 산간내륙지방 출신이라 어릴때부터 못 먹어봐서 그렇다고 약간 우스개 섞인 이야기를 하더군요.

근래들어 산낙지의 맛을 알게 되었는데,이상하게 취향을 붙인것 같더군요.길면 징그럽다는 그런 이유인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낙지를 제 취향대로 먹고 싶은데 반발이 예상되니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용히 거사를 모의한것입니다..

뭐,젓가락으로 집히지를 않으니 할수 없이 다들 수저로 퍼 먹었습니다.

수저로 퍼먹어도 맛은 있었지만 좀 어색한 느낌이 들긴 하더군요.
하지만,어디가서 나 산낙지 먹었다는 표현을 하기엔 좀 망설여 지는 느낌이 ....ㅎㅎ


일명 토막 낙지 매니아가 되어버린 친구.
이 친구의 독특한 취향에 대해 이야길 들어보니, 이 친구의 취향을 배려하지 못한 저희들 모두에게 미안한 생각을 던져줍니다.

자신이 음식 선택에 있어 까탈스러운건 알고 있지만, 매번 모임에 나오면 손해보는 입장인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목소리를 내면 괜스레 비난의 화살을 받을것 같고,다들 좋아하는 음식을 자신 하나 때문에 못먹게 되면 맘이 편치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었다고 하더군요.여튼,이런저런 이야길 들어보니 이 친구가 가졌던 애로사항을 이해할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것 같습니다.

가장 크게 서운했던적이 있는데 몇년전에 있었던 모임 이야기더군요.
메밀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데 메밀국수를 먹으러 갔다는 소리에 아무소리 못하고 가서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왜냐면,메밀에 대한 알레르기는 학창시절부터 들어와서 알고 있었지만, 친구들의 배려를 생각하지도 못한 경우였고 무척이나 섭섭했던 맘을 가졌다고 합니다.

오랜시간 동안 제 목소리를 안내고 있던 그 친구의 조용한 산낙지 거사는 결국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던 날이었습니다.하지만 조용히 혼자 주방으로가 살짝 거사를 처리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살짝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대다수가 고기집을 외칠때 회로 받아치거나,비오는날 막걸리집을 외치면 깔끔한 호프집을 외친다든지...
이런다면 대부분 밉상으로 치부되기 쉬운 사회 분위기인것 같습니다.

그런것을 잘 알기에 경험,체질,식성등등으로 인해 꺼려지는 음식앞에서 뻘쭘하게 몇시간을 앉아있어야 하는 고충을 겪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혹,주위에 그런분이 생각나신다면 다음 모임때라도 한번쯤은 그분의 배려하는 맘으로 움직여주는것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단,이 글에서 언급된 먹거리에 대한 취향뿐만 개인의 독특한 행동같은 취향들도 자신과 틀리다는 이유로 모른척 하고 배척한다면 같이 더불어 사는 사회란 의미가 퇴색될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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