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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이런저런일

용돈주려다 민망해진 사연

by 티런 2011. 1. 30.



놀러온다 온다 하면서 사는게 뭐그리 바쁜지...
서울쪽에 볼일이 있어서 가족과 함께 상경한 친구녀석이 3년만에 놀러왔습니다.

아주 똘똘하고 귀엽게 생긴 아들녀석 자랑에 그 동안 쌓였던 회포를 풀 기회는 상대적으로 사라졌지만 친구아들이 하는 행동이 참 귀엽습니다. 꼬박꼬박 엄마아빠에게 존대말로 대답한다거나 저와 아내에게 살갑게 대하는 모습에 푹 빠지게 되더군요

집에서 저녁을 시켜 먹고 커피한잔을 한후...
자고 가라는 저의 제안을 다음기회로 미룬 친구는 살고 있는 지방까지 내려 가야한다며 집을 나설려고 합니다.
아쉬운맘에 이것저것 못나눴던 궁금한 이야기들을 현관앞까지 가며 나누고 있는데...
아내가 옆구리를 꾹~찌릅니다.

응?왜?
00이 용돈좀 줘~
아~맞다~그래야겠다~

이리 이야기를 나누니 옆에 있는 친구부부 손사래를 칩니다.
아니야 됬어~갑자기 와서 폐 끼치고 가는데 뭔~용돈을...그냥 간다~

아냐~00이 아저씨가 용돈줄께 잠시만 기다려~
급하게 친구가족을 붙잡아두고 지갑을 꺼내봅니다.

헌데...열어본 지갑엔 천원짜리4장만 두둥~.^^;;
순간 당황됩니다.
현금을 등한시(?)하며 살게 되는 요즘의 생활패턴 때문에 은행에서 돈 찾는걸 깜박했나봅니다. 순간 식은땀까지...
이리 마무리 되면 상황이 좀 그런것 같아 일부러 큰 소리로...
헉!돈을 안찾았더니 사천원 밖에 없네~여보~여보가 줘야겠다~
라며 아내에게 헬프 미~를 외쳤더니 아내 얼굴이 빨개집니다.

왜?
아...나 만원짜리 두장있던것 아까 슈퍼가서...나도 돈을 못찾았어...ㅠㅠ

이젠 상황정리가 안됩니다.
참으로 민망해서 코가막히고 귀가 막힙니다.

이걸 보고 있는 친구녀석도 더 민망했는지...
나중에 만나면 줘~ㅎㅎㅎㅎ 라며 멋적은 웃음을 짓습니다.

그래야 겠네...미안하다~라고 하며 친구아들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는데 이 녀석 씩 웃으면서 멘트를 날립니다.

"괜찮아요~엄마가 안가지고 제가 가질때 많이 주세요~"

으응? 뭔말인가 싶어 대답에 잠시 뜸을 들였는데 금새 이해가 갑니다.
저도 어릴적에 어른들에게 용돈받으면 엄마에게 흘러가는 그런 과정이 참 싫었던 기억이 있어서 입니다.

아이의 돌발적인 말에 놀랐는지 친구아내가 아이의 입을 막고 안녕히 계세요~라며 급하게 데리고 나갑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안의 분위기가 괜스레 휑한 기분까지 느껴지더군요.

저 어릴때나 요즘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받은 용돈이 일단 어머니에게 흘러가는 그런 모습이 불만인건 마찬가지 인가 봅니다.
요즘은 그래도 아이들 통장 만들어서 모은뒤에 아이를 위해 많이들 쓰시던데...
저는 그 돈들 구경도 못해본것 같습니다.ㅎㅎ 여러가지 부족한 시절이라 그랬나봅니다.

그나저나 지갑에 현금이 없어서 난처했던적이 몇번 있어서 현금을 조금이라도 넣고 다닐려고 신경을 쓰는데...
결과적으로 이리 되어버리니 난처한 기분이 드는 그런 날이었던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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