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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이런저런일

고마운 맥가이버 어르신에 대한 생각

by 티런 2011. 3. 13.


본가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하는데 부모님과 같은 라인에 살고 있는 어르신이 먼저 인사를 하시더군요.

"안녕하세요~집에 오나봐요?"

먼저 인사를 하시니 죄송스런 맘에 아내랑 저랑 얼릉 90도로 인사를 드렸는데...
갑자기 아버님 안부를 물으십니다.

"아버님이요? 요즘 복지관 가셨다가 집에 계시고 그러시는데...요즘 못 만나셨나 봅니다"
"아~그래요? 난 또 ....^^"

괜스레 걱정을 했나 싶은 표정을 지으시는 어르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지요~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이 멋스럽게 느껴지는 어르신입니다.

이분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시면서 아버님과 함께 알고 지내시는 분이십니다.
예전부터 아버님이 이분에 대해 이야길 자주 하셨는데...
연세도 비슷하시고 젊은 시절 비슷한 일을 하셔서 그런지,서로 대화를 하시면 말이 잘 통하는 사이이시라고 합니다.

저희 아버님의 하루일과라곤...
복지관을 다녀오신후 집에서 하시는 몇가지 소일거리 밖에 없으신데...
이분과 함께 틈틈히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시는 재미가 아주 솔솔하시다고 합니다.
아버님과 그리 시간을 보내시는 분이란 걸 알고 나서 부턴, 어르신 앞에서 몸가짐이 조심스러워 지더군요.

그렇게 지내시는 분이신데...어젠, 제가 못 알아뵙고 인사를 먼저 못했으니 ...^^;;


집에 들어가 아버님께 어르신 이야길 하니...
어? 나도 안보이셔서 걱정했는데~라고 하십니다.
서로 길이 엇갈리셨나 봅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후, 형이 올 시간이 지났는데~라고 하시는 어머님의 이야길 듣고 베란다 밖을 쳐다보니...
이런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내려다 보는 제 눈에 그 분이 차를 손보시는 모습이 보입니다.잠시후엔 다른분의 차도 살펴봐 주시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한번씩 운행하시는 아버님의 오래된 애마가 이상할때면 정비도 해주시고 진단도 내려주신다고 하시던데...
정말 손재주가 좋으신분이란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노인 두분 사시는 아파트.
참 고장나는게 많습니다.가까이 사는 제가 가본들...결국 돈들여 고치는 알선밖에 못했는데...
제가 달려갈수 없는 상황이나 제가 알수 없는 상황일때 이분이 맥가이버처럼 뚝딱뚝딱~도움의 손길도 주신다고 합니다.
근래에 들은 이야기로는 베란다 선반 내려앉은것,그리고 결로현상등에 대한 이야길 들으시곤 '한번 봅시다~'라고 하시며 조치를 해주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한번씩 집 비울때에 신문도 치워주시는 수고까지 해주시니 너무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손재주도 많으신데 정도 참 많으신분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때 도움을 주시는 어르신이 부모님곁에 계시다는게 참 든든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너무 죄송스런 맘이 많이 들더군요.
 
제 입장에선 아직까지 진심을 다해 인사를 드리는게 전부이지만...
나중에 명절때라도 과일 한상자 넣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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