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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생각케하다

슬리퍼 실종사건과 아내의 명석한 추리

by 티런 2012. 2. 10.


저희집에서 겨울내내 아내가 이곳저곳 신고 다니고 있는 슬리퍼입니다.
씽크대앞에 벗어두기도 하고 욕실앞에 벗어두기도 하고 거실 전기장판앞에 딱 벗어두기도 하는 녀석입니다.

나름 이쁜~꽃무늬, 땡땡이 패턴의 슬리퍼도 있는데 이게 참 따뜻하고 편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것만 주구장창 신으니 빨고 신어도 며칠만에 이렇게 많이 더러워지는것 같습니다. 


헌데...얼마전 이넘이 욕실문 앞에서 짝을 잃었습니다.ㅡ,,ㅡ

내가 그 슬리퍼 하나 없어진걸 어떻게 아냐고?
난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고 이야길 하지만 아내는 벌써 저를 의심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아...억울해~.
제가 이것 한짝을 가져가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ㅠㅠ

에효...울 남편 또 생각도 안하고 잡아뗀다.
가져갔다는게 아니고 물어보는건데...


이때부터 아내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과 남편의 동선을 기억해납니다.

(저희 아내는 참 신통합니다.'어디야?'라고 전화하고선 순간적으로 주변소리듣고 '혹,어디아닌가?' 요래 맞춰버린다지요)
이런 아내기에 사건이 잘 해결되길 저도 바래봅니다.)

왜냐면...억울하기에....^^;;



헌데...이날은 시원찮은것 같습니다.촉이 무뎌진걸까요?

자신의 알리바이는 바로 증명되던단 결론을 내고...
이런 수사를....

우리남편, 슬리퍼는 신발이기에 신발장에 넣었을꺼라는둥...



놀래줄라고 선물과 함께 슬리퍼를 붙박이장에 숨켜놓았을꺼라는둥.
이날은 별로 날카롭지 않은 수사를 진행하더군요.


삼십분쯤 지났을까요?
오늘은 미제사건이 될것 같다는 제 판단이 설때 아내가 다가오며 씩 웃습니다.

왜? 난 아니야? 왜 자꾸 그러냐...

아까 샤워했자너?

응.

밖에 옷벗어 놓았지?

응.옷입고 샤워는 못한다고 배웠는데...

에이..딴소리하지말고...그리고 그 옷들 어쨌어?

뭘...어째 다른 빨래감들이랑 같이 세탁기에 넣었지.

그래? 이쪽으로 와보쑈.



저를 돌아가고 있는 세탁기앞에 인도하신 아내님.
손가락으로 저걸 보라고 합니다.

엇...저 슬리퍼 녀석이 빨래들과 함께 왜 세탁기안에???

근데,내가 이걸 왜 넣어?



아내의 추리는 이렇터군요.


욕실들어가기전 문옆에 옷을 훌렁 벗어 던져두고...


샤워하고 나와선 빨래감들을 휙~그냥 감싸고 세탁기롯.

그옆에 있던 슬리퍼중 하나가 제가 벗어놓은 옷들과 교집합을 이루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저의 빠른 손놀림과 함께 감싸져서 세탁기안으로 쏙~...


(헛..이렇수가....)

어케할꺼야?

응? 뭘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저거 지저분하던데.이참에 잘 빨았네.

에효...그니깐 생각해 보고 잡아떼야지.
근데...왜 빤츠랑 같이 빨엇! 더러운 슬리퍼를 !


(...그래도 내 빤츤데...)

또 생각도 안하고 잡아뗄거야?

ㅡ,,ㅡ


뭐...그런것 같습니다.
부부지간에 익숙해져 버리면 난감한것 중에...
그냥 넘겨짚거나 우기기인것 같더군요.그만큼 상대편에 대해 잘 안다는 생각이겠죠.
이런게 심해지만 부부간에 스트레스가 ...


저도 이런건 좀 고쳐야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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