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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생각케하다

아직 아줌마라 부르지 말라는 아내

by 티런 2010. 1. 8.



폭설로 한동안 마트를 가지못하고 있었는데,
어제 저녁을 준비하던 아내가 적어두었던 메모를 보며 오늘은 장을 꼭 봐야겠다고 합니다.


<순간포착1>

예전엔 적어서 가질 않아서 꼭 필요한물품을 빠트리고 충동구매한 상품들을 의기양양하게 들고 오곤했었는데
이런 폐단을 고치기위해 아내 스스로 이런 습관이 생긴것 같습니다.

<순간포착2>

설겆이를 하고있는 아내보고 언제 갈련지 물어봅니다.

응 설겆이 다 했어 .. 바로 가면되..오빠 저기 모자좀 줘~
응? 그러고 갈려고?
무릎나온 츄리닝바지에 수면양말 거기다 모자를 쓰고 ...
뭘..그리 놀래요... 마트가는데....
ㅠㅠ...


그래도 아는사람 만날수 있다며 무릎안나온 츄리닝입히고 비비크림도 살짝 바르라고 하곤 마트에 도착.

<순간포착3>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방송이 나옵니다.

'지금 과일코너에선 딸기 1박스에 9000원하던것을 5500원에 한정판매중입니다'

딸기 한상자 살까?하는 물음에 대답도 안하고 총총총 뛰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이 재밌어보입니다.
뛰따라 가보니 아줌마들 사이에서 자리보전하기위해 서로 미묘한 몸싸움을 하며 중심을 잡고있는 아내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잠시후 사람들 사이에서 싱싱한걸로 골랐다고 머리위로 치켜올리며 흔드는 하얀박스가 보입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밀리고 튕겨나오던 아내였는데...가녀린몸에 내공이 많이 쌓였나봅니다.

<순간포착4>

제 필수코스인 주류코너에 도착.
소주와 맥주를 카트에 담고있는데 옆에서 와인을 팔던 아가씨가 판촉을 합니다.
"아줌마 이거 한번 드셔보세요!"
순간, 아내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상한것 같습니다.

"여보야..나 보고 아줌마래...ㅠㅠ...나 와인 안살래...ㅠㅠ"
"너 아줌마 맞자너..글구 너 와인은 원래 안살꺼자너ㅎㅎ"

아직 아줌마란 소리를 듣기에 거북한게 많은가 봅니다.

<순간포착5>

이것저것 장을 많이 봤습니다.
길도 많이 녹고 해서 어제 저녁, 마트는 상당히 붐비더군요.
이제 계산만 하고 나가면 되는 상황. 무거운 카트를 밀다 보니 또 아내가 안보입니다.

두리번 두리번...

저쪽 사람없는 계산대를 발견하곤 달려가서 방금산 과자봉지를 하나 흔들며 저를 부르는 아내의 모습이 보입니다.
참 빠른것 같습니다.언제 저길 갔나싶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심도있게 대화를 해봅니다.

결혼하면 아줌마라 불리는거쥐..
글고, 오늘보니 아줌마맞는데 뭘 그리 거부감을 느끼니...

내가 아줌마인지 왜 모르겠어
근데,무의식중에 아줌마란 소리 들으면 기분이 막상하는거 보면
아직은 아가씨란 소리가 더 좋은게 어떻게~~~.


얼마전, 결혼안한 친구와 같이 명동에 나갔다가 친구는 아가씨,아내는 아줌마란 소릴 들은후에
더욱 민감하게 느끼는것 같습니다.

근데, 행동이 아줌마다운데 어떻하니?
난 내 아내가 아줌마란 소리듣는것두 좋은데...그냥 이제 적응해

.... 긍가...에잇...몰겠다...


아가씨시절엔 소녀를 꿈꾸고 아줌마가 되어선 아가씨를 꿈꾸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생각해보니 
저도 처음 아저씨란 소리를 들곤 시간날때마다 거울을 보며 심각하게 생각했던 시절이 생각나서
한동안 웃음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