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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생각케하다

새벽에 들리던 경비아저씨의 빗자루소리

by 티런 2010. 1. 6.



참 눈이 많이 왔습니다.
제가 사는 곳도 피해갈수 없었는지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아파트를 하얀세상으로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저눈을 어떻게 다 치울까 하는 걱정스런 생각이 들지만 저도 편하게 살려는 인간인지라, 제설작업을 하는 경비아저씨에게 수고하십니다 라는 인사밖에 던지지 못하게되더군요.

눈이 펄펄내리던 날 저녁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니 경비아저씨 혼자서 아파트 주위의 눈을 치우고 계십니다.
날도 추웠고 치운다고해서 표시도 안나는 상태였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인 상황이지만,잔뜩 웅크린채 빗자루질을 하는 경비아저씨의 모습이 무척 애처로워보입니다.



몇해전 결혼하기전 본가에 살때가 생각이납니다.

눈이 펑펑내리던 주말, 외출못하는 주말이 차라리 잘되었다싶어 아주 편하게 쉬고 있었는데, 아파트 언덕을 오르는 차들의 거친 엔진소리가 연이어들립니다.내다보니 차들은 아파트입구에서 헛바퀴질을 연신하고 있고 경비아저씨들은 그차들을 밀고 있습니다.

아파트란게 참 그렇습니다.
관리비를 내고 있으니 주택보다 자기공간이란 개념이 약합니다.
현관앞 쓰레기를 봐도 내집쓰레기 같이 느껴지지않고 청소하시는 아줌마의 일이라는 생각을 들게합니다.

이날도 참 그렇터군요.
모든게 역부족으로 보이는 상황이라 나가서 눈도치우고 차도 밀고 그러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아파트주민들을 보면 내가 오버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잠시후 아파트내에 방송이 나오더군요.
제설인원에 한계가 있어서 눈을 제대로 치우지못할것 같다면서 주민들의 동참을 호소합니다.
우물쭈물 하니 어머님이 나가보라고 합니다.
얼마나 동참을 할지 궁금도 하고해서 일단 밖을 내다봤습니다.
주민들이 한두명씩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날, 아파트에 눈을 처음 치워봤습니다.경비아저씨들 엄청 고생한다는것도 느끼게 되었지만,
그날 제가 더 뼈져리게 느낀건 같은 아파트 주민들의 태도입니다.

눈을 치우고있으면 지나가야 한다며 같은 아파트주민이 차를 신경질적으로 크락션을 빵빵거립니다.
얼핏 보아도 주민들이 나와서 제설작업을 도와주고 있는것으로 보일텐데요^^;;

눈길에 밀리는 차를 힘들게 밀고있어도 창문을 열지도 않습니다.

다 밀어드려도 주차한후 고맙다는 인사한마디없어 집으로 올라가십니다.

집에 들어와서 다시는 바보처럼 이런짓 하지 않겠다며 어머님께 투정한 기억이 납니다.




이런 경험과 그로 인한 생각들이 아직도 잠재되어있나봅니다.

이날 동참해달라는 방송이 나오고 주민들이 한둘씩 나오기 시작했다면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저도 작은힘을 합쳐드릴수도 있었겠지만,계기가 없었던 바, 그냥 평소대로 잠을 청했습니다.

집이 저층에 위치해있어 밤새도록 경비아저씨의 빗자루소리와 밀대를 미는 소리가 들립니다.
쓱쓱....이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쓱쓱...이소리를 들으며 새벽에 잠을 깨었습니다.

경비아저씨 밤새 한잠도 못주무셨나봅니다.아직도 빗자루질을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릴적,눈이 많이 온날 내가족과 동네분들의 무사한 등교와 출근을 위해 앞마당과 골목어귀를 정성껏 쓸고 계시던
아버님의 빗자루 소리 같습니다.

그날 아침, 밤새 노력하신 결과로 내놓은 오솔길을 따라 차와 주민이 지나갑니다.
저도 그길을 따라 걸으며 아침교대도 못하시고 일하시는 경비아저씨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