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하루.이런저런일

아내가 순대와 사이다에 집착하는 이유

by 티런 2011. 2. 27.


마트에 장을 보러간 아내,어제도 어김없이 순대코너에 들러 순대를 구입합니다.

나) 질리지도 않냐?
아내) 왜? 돈 삼천원이 아깝씀? 
나) 에이...돈~ 삼천원은 절대 안 아까운데...마트 올때 마다 구입해서 먹는데,안 질리나해서~
아내) 잘 알자너~ 원래 무지 좋아하고, 여기 순대가 맛도 있고 해서~



연애시절에도 뭐 먹고 싶어?란 이야길 하면...
학교 앞 순대! 이러던 아내 덕분에 환심을 살려고 한번씩 시도해 볼만한 비싼 음식들은 필요가 없었던것 같습니다.

아내의 모교앞 분식집에 가서 교복입은 후배들이랑 섞여서 순대를 자주 먹기도 했는데...
분식집이란게 출입문 쪽에 음식을 만들고 있어서 확 트여 있다보니 먹다보면, 아내를 부르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오더군요.

저분은 우리 담임선생님이셨던...인사해~
^^;;...뻘줌.....

저분은 배구부 코치님.인사해~
엉? 배구부? 배구했어?
아니 키크다고 그시절에 관심을 주셔서....
또 뻘줌....^^;;

다들 한결같이 또 순대먹냐? 이러시더군요.

뭐 이런 상황들속에 데이트를 한 기억이 많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도 나고... 평생 순대공급이란 우스개 결혼약정도 했던 기억도 납니다.^^



아내가 순대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린시절 오빠들과 항상 어울리고 싶었던 아내였지만 남자들 세계에선 불편한게 많았나 봅니다.
여동생 데리고 잘 놀아라~이렇게 장인어른이 가르쳤지만....
오빠들은 자신들만 노는게 편했었고 여동생을 돌봐야 한다는건 듣고 까먹어 버리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이 먹거리 앞에서도 나타났는데...
동생이랑 순대랑 사이다 사다 먹고 잘 놀고 있어~라고 하시며 부모님이 외출을 하고 나면....
사이다 캔 뚜껑을 못따고 낑낑대는 어린 여동생을 놔두고 오빠들끼리 순대를 싹~~
다 먹어갈때쯤 캔 뚜껑을 따주고 놀러 나가버리는 센스를 발휘한 처남들입니다.ㅡ..ㅡ
순대 먼저 먹지?라고 궁금한 맘에 물어보니 그러더군요.
오빠들이 사이다 먼저 먹어야 안 체한다고 그래서 어린맘에 그게 진리처럼 들을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언젠가 처남들에게 왜 그랬냐고 물으니...
장인어른이 여동생을 너무 감싸서 그런것도 있었고, 어린시절 식탐본능땜에 그랬던것 같다고 하며 겸연쩍어 하더군요

나중에 이야길 들으신 장인어른께 혼이 나면서도 그런 일이 반복되었고....
오빠들이랑 다 같이 어울려 뭔가를 먹고 놀고...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아내에게 순대는 그 시절엔 아픈 기억이지만 지금은 재밌는 추억의 먹거리가 되어 버린것입니다.

그런 기억들이 있기에...
처남들이 저희집에 올때는 여동생에 대한 미안한 맘에 자주 순대와 사이다를 사가지고 오게 되었고...
길가다 순대만 보면 자동으로 손이 가게 되는 아내의 모습이 되어 버린것 같습니다^^





▼ 로그인 없이 가능한 추천! 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