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빈둥대던 저에게 아내가 그러더군요.
설날때 보니 어머님 많이 답답해 하시는 눈치던데...
저) 왜? 뭔일 있으시데?
아내) 아니... 날도 춥고 그러니 계속 집에만 계셨나봐.
저) 아...그러시겠네.
아내) 우리 어머님 아버님 모시고 가까운데 나들이갈까?
이렇게 이야기는 전개되서 전화를 드려봅니다.
아내) 어디 바람쉬러 가실래요?
어머니) 응? 올라고? 뭘 나가...명절 지내느라 피곤할텐데...집에서 쉬어.
아내) 아뇨.안피곤해요. 어머님 요즘 답답하실텐데...
어머니) 날도 추운데...어디 갈려고. 둘이 오붓하게 갔다오지?
아내와 통화하는걸 들어보니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더군요.
그래서 전화를 바꿔봅니다.
저) 어디 가까운데 갈려고 하는데 준비하세요.
어머니) 딱히 가고픈데는 없는데...
저) 에이...왜 이렇게 빼실까나? 조금있다 모시러 갈께요^^
이렇게 해서 가까이 사시는 부모님을 모시러 갔습니다.
차로 다가오는 어머님의 얼굴을 보니 화색이 돌고 있음이 느껴졌고 손엔 귤과 사과를 담은 조그만 봉지도 보입니다.
어디갈까 고민하다 50분 정도 걸리는 강화도 전등사로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전등사로 올라가는길.
요즘 무릅이 약간 불편하신것 같아 부축을 해드릴려고 하니 먼저 앞장서서 가라고 하십니다.
할수없어 먼저 올라가 내려다보니...
많이 편찮으신지 무릅을 잡고 계단을 올라오십니다.
평지에선 괜찮은데 요즘은 계단만 만나면 그러신다고 합니다.
괜스레 나들이를 나오자고 했는건 아닌지 ...
앞장서서 매표소에 들러 경로2분과 아내와 저의 표를 구매합니다.
나중에 오신 어머님, 내가 낼텐데...라고 하시더군요.
어머니,아버지 다 경로시라 무료인데요~^^
전등사에 들린지가 1년반정도 된것 같습니다.
맘 편하게 느껴지는 사찰중 한곳이라 그래도 잊지않고 찾아오는 장소인데, 군데군데 고목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화분 키우기를 취미로 삼고계신 아버님이 혹시 아시나싶어 어쭤보니...
"버티려해도 늙고 아파서 쓰러지는게 우리 모습같네..."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ㅡ..ㅡ"
새해소망등이 달려있는 전등사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저곳 겨울 전등사의 운치를 구경하고 있는데...
저 멀리 불당을 나서며 절을 하는 어머니와 아내가 보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아기같이 느껴지고 이젠 걱정안하셔도 된다해도 항상 모자르게 바라보는...
그런 자신의 자식을 위해...오늘도 이렇게 기도를 하셨나봅니다.
며느리가 타온 따뜻한 커피한잔에 언손을 녹이시고 한가로운 겨울산사의 정취를 구경하곤 전등사를 내려왔습니다.
주차장에 내려와 저녁을 사먹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시간을 보니 아직 저녁먹을 시간이 안된것 같습니다.
그래서 낸 결론이 근처 대명항에 들러 해산물을 조금 사가지고 가서 찌게 하나만 끓여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어머님 좋아하시는 암꽃게 조금 사고...
제가 좋아하는 돌게장도 조금 샀습니다.
계산할려고 하시는 어머님께 다음에 사달라고 이야기 했는데 계속 내시겠다고 합니다.
얼마안되는 돈으로 실랑이 하면 남들이 아들 욕한다고 하니 물러서십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어머님께 물어봅니다.
저) 조금이라도 바람쐬니 좋으시죠?
어머니) 좋네...
저) 근데 한번씩 바쁜사람처럼 왜 자꾸 빼고 그러나욤? 너무 빼셔도 그래요.
이리 이야길 했더니 어머님의 속내를 이야기합니다.
어머니)돈드니깐 그렇지.기름값도 비싸고 통행료 내야지 입장료 내야지...음식값도 비싸고...니네는 돈은 계속 나오니?
저) 에이...얼마나 자주 나들이 간다고 그러시는지...앞으로 그런거 신경쓰지마세요.
어머니) 나야 좋지, 어버지 나이들어 차도 팔아버리고 마트도 이젠 잘못가는데 이리 바람쐬고나면 좋긴하지.
근데 생각해보면 그런것보다 니네들이 걱정이지.
저) 이리 바람쐬는데 얼마나 든다고 돈 이야길 자꾸...
어머니)
아니..그런것도 있지만...가까이 산다는 이유로 너무 신경쓰지마...
별일 없으면 둘이 볼일보고 놀러다니고 그러고 살어...괜히 나 끼워서 이리 다니지말고...
한살이라도 젊었을때 많이다녀야 좋아.우리야 젊었을때 많이 다녔자너...
노인네들 할일 없어 보여도 다 소일거리가 있어.
이야길 들어보니 혹시나 가까이 사는 아들내외에게 짐이 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신것 같습니다.
절대 아닌데... 아직도 어머님,아버님 그늘 아래에서 보호받고 있단 생각이 들때가 많은데 어머님의 생각은 이제 나이드셔서 그리 멀리,많이 가셨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