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티런의 결혼생활중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적은글입니다.
때는 지금처럼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초겨울. 일요일 오전입니다.
아내가 몸살기운에 밤새 끙끙 앓터니...
아침에 일어나질 못합니다.
그날은 형님네가 온다고 해서 오후에 본가에 가기로 한날이었습니다.
밥을 먹기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어설픈 야채죽을 끓여주었더니
입맛이 없는지,맛이 없는지 먹는둥 마는둥 합니다.
아무래도 오늘 본가에 가는건 무리일것 같은 생각이듭니다.
본가와 형에게 전화를 걸어 아픈환자가 발생해서 못갈것 같다고 말해둡니다.
다들, 안와도 된다고 하며 몸조리 잘하게 도와주라고 합니다.
병원을 갈까? 아니...
그럼 그냥 약만 먹을꺼야? 응...
한숨자... 응
한숨 자고 오후에 일어난 아내가 힘없는 목소리로 부릅니다.
괜찮니?
조금...
근데 오빠 나 00 장어 먹고싶어...
힘도 없고....
응 근데 거리가 제법되는데 갈수 있겠니?
응 갈수있을것 같아...
집을 나서서 40분쯤 걸리는 그 유명하다는 00 장어집엘 도착했습니다.
이 장어집은 크기도 엄청 크지만 주말이면 사람이 엄청 붐비는곳입니다.
대기표를 받으니 1시간반 정도를 기다리라고 합니다.
기다리기 힘든지 아내는 차뒷자석에서 새록새록 잠이듭니다.
무료한 시간은 흘러 흘러~
몇번 테이블로 가라는 핸드폰 문자가 옵니다.
1kg을 시켜놓고 둘이서 냠냠...
아내가 잘먹는거 보니 흐믓한 기분이 듭니다.
"많이 먹고 얼릉 나아~~"
문제는 계산하러 나간 카운터에서 발생했습니다.
계산을 하려고 지배인에게 카드를 주고 무심결에 뒤에있는 아내를 쳐다보는데...
아내 뒤쪽 테이블에 낯익은 부모님의 뒷모습이보입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마주보고 있는 형수님의 얼굴도...
헙..하는 순간에 형수님이랑 눈까지 마주칩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어떻해야하나...아는체를 해야하나...고민을 해봅니다.ㅠㅠ
형수님 잠시 당황하시더니 미소를 띄우면서 고개를 출구쪽으로 살짝 치십니다.
그러곤..다시 음식을 드십니다.
살짝 나가라는 신호인것 같습니다.
손님싸인좀~..지배인의 말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아내를 데리고 가게를 나섰습니다.
아내는 아직모르는상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면서 이야기해줬습니다.
아내가 어떻게 어떻게...아파서 본가엘 못간다고 했는데....
어머님,아버님도 그렇고 형님,아주버님이 어떻게 생각하겠어...ㅠㅠ
아내의 머리가 많이 복잡해지나봅니다.
괜찮아 뭘 그럴수도 있지...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저도 얼굴이 좀 화끈거리긴 합니다.
저희들 끼리 장어먹으러 간다고 뭐라할사람은 없지만...
상황적으로 어르신들이 알면 서운해하실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본가가 먼거리도 아니고 아주 가까운거리이니....ㅠㅠ
괜찮을꺼야...
형수님 표정이 살짝 나가는게 좋을것 같다는것이었어.
아픈 아내가 신경쓰는게 더 안쓰러워 일단 그렇게 결론을 냈습니다.
형수님이 보통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되니
아내가 형수님께 전화를 해보라고 합니다.
저도 통화는 해야되겠다싶어 전화를 걸었습니다.
형수님 처음부터 막 웃으십니다.
"도련님 괜찮아요. 아무도 몰라요.저만 봤으니...ㅎㅎ
동서보니깐 딱 환자같더만.
장어먹었는데 후딱 일어나라고 전해줘요~"
조금이라도 오해할수 있는 상황인데
이해해 주시는 형수님한테 여러가지로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그 후론 그 장어집에 갈때면 부모님이 생각나서 꼭 모시고 가게 되고...
갔다온후엔 형수님께 이런 전화를 드리게 되더군요.
형수님 오늘 뭐하셨어요?
도련님은 뭐 하셨어요?
아.. 오늘 아버님이랑 장어집 갔다왔어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