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 친구에게 걸려온전화.
목소리가 살짝 떨립니다.
이야길 들어보니 친구아버님의 행동에 변화가 생기셨다고 합니다.
아파트 체육공원에 운동 가신다고 가시더니 들어오시지 않아 찾으러 나가보니
집 옆 벤치에서 그냥 멍하니 앉아 계시더랍니다.
아버지 뭐하세요~라고 물으니
몇분동안 말을 안하시며 아들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시곤...
아..너냐.. 내가 길을 잃었나보다. 여기가 어디냐..
사시는 아파트 바로 옆 벤치인데...ㅠㅠ
큰일났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친구가 제게 전화를 한 까닭은...
10여년전쯤 한동네에 살았던 그친구는
저희 할머니가 겪으셨던 치매를 가까이서 봐왔던것입니다.
그래서 걱정스런 마음에 조금이라도 조언을 얻고자
저에게 전화를 한것 같더군요.
저도 10여년이 넘은 기억이라 가물가물한데...
친구는 저희할머님의 치매로 인한 특이했던 행동이 기억에 많이 남았나봅니다.
친구아버님은 은행원이셨습니다.
자신은 젊다고 생각했지만 정년퇴직을 하시고
하실수있는 일을 한동안 알아보시다가 자신을 받아주는 일자리는 없다는 사회의벽을 느끼시곤
집에서 그냥 소일거리를 하셨나봅니다.
저도 알고있지만 친구아버님은 취미가 없으시고 내성적인 성격이십니다.
연세가 많아지셔도 바둑이나 등산,독서등의 취미생활을 통해 뇌를 활발히 움직이셔야 하는데.
자신에대한 생각,자식에대한 생각등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셨던것 같습니다.
그런 아버님이 잔소리가 많아지시고...
결과적으로 가족들은 조금씩 피하게되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시게 되었고
낙엽떨어지는 쓸쓸한 벤치에서 치매증상이 나타나신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은후...
제가 조언해줄 부분보다는 치매간병을 많이 하신 저희 어머님이 떠오르더군요.
친구에게 상황을 말해준다음...
일단, 저희 어머님께 알려드렸습니다.
어머님은 친구어머님과 통화를 해보신다고 하더군요.
저희 어머님은 몇년동안 치매를 앓으셨던 할머니를 바로옆에서 돌보와 드린 경험이 있으시니
남일 같지 않으신가봅니다.
저희 어머님이 여러가지로 도움을 드릴사항이 많은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지만
남일 같지 않아 신경이 많이 쓰이더군요.
노인성치매.
이런 뉴스를 볼때마다 한번씩 긴장이 됩니다.
요즘은 치매를 앓고 계신분들이 많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도 연로하신 부모님을 한번씩 살펴보게 되더군요.
제 나름대로 예전보다 더 다정다감하게 아버님을 대하게 되고
아버님이 좋아하는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도 잘 들어드릴려고 합니다.
올 여름쯤 야구시즌이 한창일때 이런일이 있었습니다.
매일저녁 거실에서 좋아하시는 프로야구만 틀어놓고 계신 아버님이 못마땅하셨는지
어머님이 잔소리를 하시더군요.
어머님 입장에선 저녁시간에 거실에서 드라마도 보고 그러고싶은데...
그리못하고 안방에서 조그만 티브로 드라마를 보시는게 답답하셨는지 그러셨던것 같습니다.
아버님은 나름대로 버럭!...
이쯤되면, 논리적인 논쟁보다는 감정적인 싸움으로 변하게되죠ㅠㅠ;;
일단 두분을 진정시키고 어머님께 따로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도 연세가 많으셔서 예전같이 않으신것 같다.
그런 아버지가 그나마 낮에 기원가시고 밤엔 야구보시는 재미로 사시는데
그냥 이해해 주시는게 좋을것 같다.
아버지가 야구보시면서 매일매일 바뀌는 야구선수 타율도 외우시고 어느학교출신인지도 외우시고 그러시는데
젊은 사람들도 잘 안되는 기억력이다.
그것만으로도 혹시나 찾아올수 있는 노인성치매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될수 있다고...
어머님이 치매예방 이야길 나오니...
바로 수긍을 하시더군요.
앞에서 말한것 처럼 할머님 땜에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랬던것 같습니다.
그 이후론 아버님이랑 거실점유율을 잘조정하고 계신것 같더군요.^^;;
연로하신 부모님들..
젊은사람,요즘세태의 기준으로 판단하시지 마시고...
한마디라도 더 말동무가 되어드리고
취미를 만들어 드린다거나 좋아하는 취미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을 해드린다면
노인성치매가 찾아오는것을 어느정도 예방할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