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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생각케하다

장인어른,구식 네비게이션을 못버리는 이유

by 티런 2009. 11. 26.




장인어른께서 서울에 볼일이있어 오셨다가 늦어서 주무시고 가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오신다고 연락을 받으니 야밤에 청소하고,과일도 사오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니 오실시간이 된것 같은데 오시질 않터군요.
걱정이 되어서 전화드렸더니... 딴동네 아파트에서 길을 못찾으시고 계신다고...
얼릉 계신곳으로 차를 몰고 가서 장인어른차를 에스코트해서 아파트로 모시고 왔습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시면서 네비게이션이 이상하다고 하십니다.
평소엔 잘찾아오셨는데...이상하다 싶어 차안을 보니...

헉! 제가 결혼하기전에 사심(결혼을 반대하시는 생각을 무마하기 위함..)을 가지고 사드린 네비게이션입니다.
3.5인치에다 터치스크린도 안되고 ...
불편하게 리모콘으로 목적지를 입력해야하는 구닥다리 기종입니다.

네비게이션을 보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찡합니다.
아버님 이거 아직도 쓰시고 계세요?

"으,,,응.. 내가 나비(장인어른은 나비라고 표현하십니다^^;;)쓸일이있나...
사위집올때나 꺼내서 사용하지..."

낮에 서울볼일 볼때 사용안하셨어요?
"나비 생각안하고 길물어물어 갔어."
"왜요?"
"사위집이야 입력되어있으니 누르면 되는데,딴곳 목적지 누르는건 까묵었어..."
"이참에 까묵은거 다시 배워야겠다.가지고 들어감세..."

네비를 분리해서 가지고 들어오면서 살펴보니
롬방식이라 요즘 지도로 업데이트도 안될것 같습니다.
이거 사드린지가 언젠데... 도로도 참 많이 바뀌고...
제대로 찾아오실리가 만무합니다.

갑자기 너무 미안하고 죄송한 생각이 밀려듭니다.

해당 제조사의 업데이트정보를 알아보니 다행히 근래버젼을 지원을 하고 있더군요.
근데, 제컴이 이상한건지,설치가 잘 안됩니다. 한동안 씨름을 하다...안되겠다 싶어서...

"아버님, 이참에 바꾸셔야겠어요.요앞 마트에 파는데 같이 가시죠..."

그런데 단호하게 싫다고 하십니다.

"뭐하려고...내가 쓸줄도 모르는데...난 이게 좋아.
화면도 작아서 눈안부시고, 복잡한건 있어도 사용못해....
그냥 쓰면되"

"아버님 아까처럼 딴동네 가시고 그러시자너요."

"허허, 보니깐 몇동네 안벗어나는구먼...그게 어디야... 오늘처럼 통화하면 사위가올꺼구..."

아내가 보다못해 한마디거들더군요.
"아빠..이런거 아직도 가지고 다니면 동네사람들이 사위욕해.."

"허허 누가욕해...아직도 자랑하고 다니는데...."
"요즘 나비는 쳐다만 봐도 머리아퍼..행여나 낸중이라도 나비 사가지고 올 생각은 말어."

워낙 단호하시고 욱하시는 성격이라 네비이야긴 그 이후로 꺼내질 못했는데...
주무시기전에 소주한잔 하시면서 아버님이 네비를 못버리는 이유를 말씀하십니다.

"내가 딸이 하나자너..엄청 아끼는딸.니놈이 결혼하기전에 사준 속내는 모르겠지만...
하나밖에 없는 사위가 집에 자주,편하게 찾아오라는 기특한 마음으로 사준것 같아서 못버려...
나이들면 편리한것 보단 그런 생각들이 더 중요해진다네...
그러니 서운해 하지말어...."

장인어른...꿈보다 해몽이라고...
그때 그런 생각으로 더 좋은걸 사드렸어야 하는건데...ㅠㅠ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려서 정말 쥐구멍이라고 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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