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이.생각케하다

버스기사님의 친절에 익숙치 않은 나를 발견하다.

by 티런 2009. 12. 12.




버스 뒷좌석에 앉아있다 전화기가 울려서 전화기를 빼는순간
주머니에 같이있던 신용카드가 빠지는 느낌이 듭니다. 앗!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가 없습니다.

어디로 갔을까... 바로 앞자석으로 이동해 살펴보고
옆좌석으로도 이동해 바닥을 살펴보는데...

버스 기사아저씨 큰 룸밀러를 통해 저를 보고 계셨나봅니다.

"거기 뒤에 손님 뭐하십니까?"
순간 버스안에 계셨던  열분 정도되는 승객분들 동시에 쳐다보십니다.

"카드가 빠져가지구요....ㅠㅠ"
"신용카드요?"
"네.."

"위험하니 일단 앉아계세요~"

자리에 앉은후 혼잣말로...'저 다음 정거장에 내려야하는데...'
사람 많은곳에서 관심받으면 생기는 소심증이 발동했나 봅니다.^^;;

기사님이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 자리에 앉아서 두리번거립니다.
손님들이 힐끗힐끗보시고 하니 엄청 부담가는 상황입니다.
'그냥 내리고 분실신고를 해버려..'라는 귀차니즘이 밀려옵니다.

어느덧 제가 내릴 정류장은 지나고...ㅠㅠ

그냥 내리기도 민망스럽고...이거 어떻해야하쥐 하는 생각이...

한편으론,가만 있으라고 한다고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앉아있는 제모습이 처량해집니다.
근데,이 아저씨 앉아있으라고만 하고 아무런 말씀을 안하십니다.종점 데리고 갈려나....ㅠㅠ
어떻게 하신다는건지 파악이 안됩니다.

목적지에서 두 정거장쯤 지났을때,기사아저씨 갓길에 차를 세우시더니 일어나셔서 크게 외치십니다.

"죄송합니다. 손님이 신용카드를 잃어버리셨다고 해서...잠시만 찾아드리겠습니다."
헙...민망해라...ㅠㅠ

기사아저씨 뒤쪽으로 오시더니 같이 찾자고 하십니다.
한 1분쯤 지났을까...곁에 있는 다른 승객분이 카드를 발견하셨습니다.
버스 중간뒤쪽 의자밑 바닥에 튀어나온 히터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과 벽사이에 딱 붙어있더군요.



무슨 대상타는 사람마냥, 승객들 모두쳐다보는 상황에서 얼굴 빨개진상태로 승객분에게 카드받고 꾸벅~감사합니다.
그리고 "기사님 너무 고맙습니다"라고 외친후 도망치듯 하차...

그런데,기분이 참 이상합니다.

버스기사님들 불친절하다고 불평만 할줄알았지...
막상 친절을 경험하고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건, 친절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가봅니다.ㅠㅠ


날도 추운데 신도시쪽이라 택시는 안잡히고 걷다보니 그냥 목적지에....
친절함에 익숙하지 않는 바보같은 저의 모습을 본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