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기다려왔던 아이언맨2를 보러 극장엘 들렀습니다.
이 영화가 12세관람가이니 부모님과 함께온 아이들도 많고 극장은 인산인해를 이루더군요.
일찌감치 팝콘과 콜라를 사들고 예약해 두었던 극장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아봅니다.
잠시후 제 옆 벽쪽 남은자리로 한가족이 들어옵니다.
엄마,아빠.남자아이,여자아이 네식구인가봅니다. "여기로 들어가~"란 아이 엄마의 소리에 제가 다리를 오므려 주기도 전에 마구잡이로 들어서는 아이들...순간 놀랐지만,아이들이니...그런 생각에 씨익~웃어줍니다.
영화가 시작하기전부터 군것질거리를 가방에서 꺼내 먹으며 부산을 떠는 아이들.
잠시뒤엔,아예 자리에서 일어서서 앞 좌석에 엉덩이를 기대어 서서 엄마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합니다.
바로 옆에서 큰소리로 떠드는 아이들의 행동이 맘에 걸렸지만, 영화가 시작하면 괜찮겠지란 판단을 해봅니다.
영화는 시작했는데...
아이들는 영화에 관심이 없는것 같습니다. 계속 앞좌석에 등을 대고 서서 여동생을 쳐다보며 조잘조잘...
다행히 뒷좌석이 없는 자리이니...뒤에서 불만을 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아이가 기대고 있던 앞자석에 계시던 아저씨가 흔들리는 의자땜에 영화를 제대로 볼수 없었나 봅니다.
뒤돌아 아이를 쳐다보며 눈빛으로 살짝 주의를 주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쯤되면 부모가 아이를 말려야하지만, 두분은 오붓하게 팝콘드시며 영화삼매경.
지금까지 상황을 정리해보면,아무래도 영화에 집중이 안될것 같습니다.
기다려왔던 영화인데...이렇게는 볼수없다는 생각에 어디 자리 옮길때가 없나 살펴보는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아까부터 뒷자석 아이의 유별함에 신경을 쓰시던 아저씨가 다시 아이에게 주의를 줍니다.
"흔들면 아저씨가 불편하겠지?"라고 부드러운 어투로 한마디를 하시더군요.
그런데,문제는 아이의 엄마였습니다.자신의 아이에게 이런말을 하는 자체가 못마땅한것 같아 보입니다.
"아이가 다 그렇죠..아이 키워보시면 아시자너요"
헐...ㅠㅠ
이런 대답이 있을까 싶습니다.
아이가 얌전한거 봤냐...우린 영화 잘보고 있는데... 왜 잘 노는 우리 아이 가지고 그러냐~
뭐 이런 뉴앙스입니다.
그 아주머니의 어감을 보면 죄송합니다.란 의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습니다.
더이상 앉아있으면 영화도 못보고 잔잔한 가슴에 핵폭탄이 터질것 같아 바로 옆 블럭 빈자리로 옮겨봅니다.
저희가 옆자리에서 빠지고 공간이 많이 생기니 아이들은 더 활동적이 되어버립니다.
제가 옮긴 옆 블럭 자리까지 쭉 육상트랙이 생긴걸로 착각하는지...ㅠㅠ
영화관와서 이런 경우는 첨 보는것 같습니다.
못참겠다고 싶어,한마디 할려 했더니, 아내가 그럽니다.
아까 말하는거 보니... 뭔말을 해도 안들어줄 사람들 같다고 합니다.
여전히 부모들은 둘이 오붓하게 영화감상중이라 더욱 얄밉게 느껴집니다.
뭐...그냥 그렇게 보다 보니 영화가 끝납니다.
뭘 봤나싶기도 하고...
여튼 줄거리는 생각나니 보긴 봤나봅니다.
복도를 통해 극장을 빠져나갈려고 하는데, 아까 아이에게 주의를 줬다 면박을 당한 아저씨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이가 다 그렇다니...
사람 많은곳에 와서 주위사람 불편하게 해도 된다는 이야긴가...
이러면서 집에선 온갖 좋은책 사주면서 훌륭한 사람 되라고 하겠지...
내가 볼땐 아이보다 당신들이 문제야...그래서 애들이 뭘 배울까 싶소.
극장을 빠져 나갈때 까지 뒷전에서 이런 말씀이 들려옵니다.
결국 편안하게 영화보러온 사람들의 마음에 무거운 짐을 얹어주는 분위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음식점엘 가면 비슷한 경우를 많이 보는데...
어른들끼리 이야기하며 아이들에게 "저기 가서 놀아라..." 이러시고 아이들을 신경 안쓰시는 분들이 많터군요.
다른 테이블에 피해를 주고 있어도 나몰라라...
불편함을 느낀 타인이 한마디하면...
누가 내 아이한테 뭐라 그러냐...이런 맘에 버럭하시는분들 있습니다.
여러사람의 편안한 시간을 뺏어버린 아이들의 행동도 그렇지만,
그것을 바로 잡아줘야할 부모의 맘이 혹시 편협되게 흐르고 있지 않나 한번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내가 내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남이 내 아이를 마냥 사랑해줄꺼란 생각은...금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