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
아내가 동네슈퍼에 살것이 있다며 집을 나서며 저에게 물어봅니다.
속쓰려? 그 약 사다줄까?
응^^
그후로 20분쯤 지났을때 아내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표정이 그리 밝지 않습니다.
왜? 뭔일 있어?란 물음에 아내가 한탄(?)을 하기 시작합니다.
슈퍼에 들렀다가 자주가는 약국엘 갔더니 일찍 문을 닫았더랍니다.그래서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다른 약국으로 갔는데...
이 약국은 연세 지긋하신 분이 운영하시는 곳인데,말 한마디를 해도 참..기가 차게 해서 왠만하면 가지않는 약국입니다.
그래도 나온김에 약을 사서 들어갈 생각으로 들렀다고 하더군요.
문을 열고 들어간 아내, 약사분에게 그랬답니다.
"속쓰림에 먹는 0000 주세요~"
그런데 약사분은 다른 약을 내밀더랍니다.
이게 더 좋아요.이거 가져가요.
0000은 없나요?
있는데,이게 더 좋소.
이건 얼마인데요?
8,000원
그냥 0000 가져갈께요.(0000은 3,000원)
이랬더니 약사분의 표정이 싹 바뀌면서 그러더랍니다.
누가 먹는거유?
남편이요.0000 사오라고 하던데요.^^
남편 위해서 돈 쓰는 건데..요즘 사람들은...쯧..쯧
ㅠㅠ'''
순간적으로 열이 올라온 아내.
내가 알면서 이 약국에 또 왜 왔지?란 생각부터 들면서 남편위해 좋은것 안사주는 그런 자신이 되어 버린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는...
한마디 할까 싶었는데, 연세도 많으시고 하니 꾹 참았다고 합니다.
돈 삼천원을 내밀었는데 거기 놔둬요~라고 하며 딴일을 하는 약사분...
집으로 돌아오면서 몇번을 생각해 봤다고 합니다.
남편이 그 약이 괜찮은것 같다고 해서 그걸 살려고 했는데 다른 약을 권했고 그약은 가격이 두배가 훌쩍 넘어가는 약이어서 원래 살려던 약을 달라고 했는데 왜 그런 말을 들어야할까?....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한두번도 아니고...란 생각이 듭니다.
딴 약국이 문을 닫으면 어쩔수없이 한번씩 가게 되는곳이지만 동네사람들이 그런 약사분의 말투로 인해 그 약국에 가는걸 꺼린다는 이야기도 들은 기억도 나더군요.
어떻게 말을 매번 그런식으로 하는지...
지역정보지에 나와있는 약국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해봤습니다.
남편위해 돈 쓰는 건데...쯧...쯧이라고 하시면서 혀까지 차셨다는데 사실인가 물었더니...
귀찮다는 의미인지 모르지만 한숨부터 먼저 쉬시더군요.
나이많은 사람이 그리 말할수도 있는거고,효능 좋은약 권한게 뭐가 잘못이냐며 묻습니다.
입장바꿔 생각해보시라며 그런 상황에 남편위해 좋은거 안사주는 사람이 되어버린 제 아내의 입장이 이해가 가시냐며 이야길 했더니 한동안 대답이 없습니다.
더이상 물어봤자 증상도 제대로 안물어보고 혀를 차며 그런말투로 이야길했는지에 대한 대답은 나오지 않을 상황인것 같아 전화를 그만 마무리했지만 기분 참 그렇터군요.
전화를 끊으니 아내가 묻습니다.
뭐라고 그러셔?
거기 약국 우리동네에 없는 곳이라고 생각해.걍 가지마.약국가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있겠니....
응...
울 아내보고 누가 남편주는걸 아낀다고 햇! 그취? 라고 하니
기분이 풀리는지 조금씩 미소를 머금는 아내의 얼굴이 보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