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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생각케하다

약속을 어긴 사위에게 날라온 장모님의 귀여운 뒤끝

by 티런 2012. 4. 30.


겨울내내 서울에서 지내시다 바쁜 농사철이 되니 내려가진 장인장모님.
서울에 계실때 자주 뵈어서 그런지 아쉬움이 크신가 봅니다.

볼때마다 자주 와야해~를 외치셨는데...
제법 먼길이라 그래서 미안한맘을 가지셨는지 항상 뭔가를 붙이십니다.

" 고추심을땐 내려와야해~"

사위인 저의 대답은 언제나~넵!!


텃밭에 심으시는 고추가 대규모인건 아닙니다.
이웃에 계신 동네이모님들이랑 매년 심으시는데 제가 내려가도 정작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하더군요.

농담이야...내가 도시에서 자란 사위에게 이런거 시키면 안되지...
이러시며 동네이모님들에게 사위 손구경을 시키십니다.
 
남자손이 이래서 어떻한데..
이러시며 동네이모님들과 까르르~웃으십니다.

그래도 옆에 그냥 있기에 뻘쭘해서 도와드리면 타박이 시작됩니다.
그리하면 안되지..우리 사위 나중에 여기와서 살라는 소린 못하겠네.

또 다시 동네이모님들의 웃음합창.

그냥 이런 분위기가 좋으신가 봅니다.
저도 그 타박들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기쁨조로 활용되니 쓸모가 있으니깐요^^



장모님 레퍼토리중에 경운기도 있습니다.
운전은 잘 하는데 이것도 할수있어?( 몇달전에도 물으셨는데...ㅡ..ㅡ;;)

함 해볼까요?
함 해봐~라고 하시다가 다친다고 저를 끌어내리신다는....ㅋ
그래도 작년부턴 손펌프로 농약 살짝 뿌리는것은 맡기시니 사위의 맘이 편해졌던것 같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추 심으신다는 날짜를 정하시고 내려오라는 이야길 하셨는데...
저의 대답은 넵!이었습니다. 어설픈 기쁨조 출동해야겠죠.

그런데, 아내가 토요일 아침에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길 합니다.
아내의 친구가 처음으로 전시회를 하는데 공교롭게도 고추심는다는 날에 도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나봅니다.

저희 집 행사때도 항상와서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는 아내친구의 일이었기에 저도 고민스러워 지더군요.
그럼, 나 혼자서라도 내려갈까?란 소리에 00이 남편도 우리집 일있을때 마다 와서 도와주곤 했는데...이번엔 오빠도 가는게 좋을듯 한데...이라고 하더군요.

어쩌나...
우리 장모님 삐치시면 어카나...
걱정스런 맘이 앞섭니다.ㅡ..ㅡ

아내랑 이야길하다 제가 일이 생겼다는 사유로 마무리짓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딸로 인한다면 서운함이 오래갈것 같더군요.제가 총대 매는게 여러가지 상황상 나을것 같습니다.

토요일 저녁, 전화를 드려봅니다.

저) 어머니...저... 고추심으신다는 그날에 일이 생겨서....
장모님)  ...
장모님) 알았네,그만 끊음세

헙....
제대로 삐지신 말투이십니다.
화가 많이 나셨나 싶은 생각에 걱정이 되어 일요일 아침에 전화를 다시 드려봅니다.
아버님이 받으시더군요.

저) 어머님은 안계세요?
장인어른) 아침 치우고 컴퓨터로 고스톱 치고 있어
저) 아버님 저 고추심으러 못내려갈것 같다고 어제 말씀드렸는데...
장인어른) 에이..그런거 신경쓰지마~ 그거 일거리도 아니야. 옆집 이모들이랑 몇시간만 하면 되는데...
왜? 또 어머니가 삐진척 한거야?

장인어른 이야길 들으니 맘은 편해지는데 그래도 장모님과 통화를 하고픈 맘에 전화를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저) 어머님 화나셨어요?
장모님) 아니~화가 왜 나~, 나 그리 속 좁은 사람아냐~ㅎ

흐...다행입니다.
그런데 다음에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들...


장모님) 그 뭐냐...앞으로 고추나 고추가루가 들어가는건 없다고 생각하게.그러고 보니 김치도 그집엔 안되겠네...
저) 에이...그 다음주에 내려갈께요. 화 푸세요~
장모님) 난 화 안났는데? 그 다음주엔 더 바뻐서 맛난거 못차려주니 그리 알고 내려오게~

크... 이런 패턴의 농담이 나왔다면 거의 다 풀리신것 같은데...그래도 서운함이 아직 조금 남아계시는듯...^^;;
지금 이순간 조금 더 노력해야될 타임인것 같습니다.


제가 내려가서 있는것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시면서~ㅎ
전 맛있는 음식 같은거 필요없습니다. 그냥 장모님 얼굴만 봐도~....

허~사람 가지고 노는구먼~
이러시며 웃으시는데 서운함의 게이지는 0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장모님, 고추심을때 못내려가서 죄송합니다.
그 다음주에 내려가서 맛난것 많이 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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