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저녁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누구냐고 물으니 친구 전화라고 합니다.
샤워마치고 전화한다고 그래~
상쾌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가니
아내가 제 핸폰을 아직도 꼼꼼스런 모습으로 만지작거리며 있습니다.
그모습을 보는 순간..찔릴건 없었지만...저도 모르게...
얼릉내놔~뭘 그리 검사를 해!
라고 퉁명스럽게 말이 나가더군요.
엇,수상하다.
이제 서로의 핸폰 보지말자는것이요?
안하던행동을 하고 그래?
그게 아니고...
지금 그랬자너 화난 표정으로 내놓으라고...
그럼 당신 핸폰 내놔봐...
되었다. 이제 내것두 보지마.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그리 말하고 나니 미안도 합니다.
암것두 찔리는게 없는데 왜 그랬을까요?
딱히 변명꺼리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베란다로 나가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갑자기 안하던 멘트를 날렸을까나...
얼마전 아내 대학시절 동아리모임에 가서 분위기에 적응못한 남편들끼리 술 마실때가 떠오릅니다.
그때 어떤분이 그러시더군요.
(어떤분)내핸폰을 아내가 보면서 따지듯 묻는게 참 불쾌하더군요.
그래서 비번을 걸어둡니다.
(본인)혹, 바람 피우십니까?
(어떤분)아뇨, 그냥 저만 보고싶은 공간이기에..
(본인)비번걸면 난리날텐데요.
(어떤분)첨에 몇번 싸우고 나니 그 담부턴 안보더군요.
(본인)그럼 아내분 핸폰은 아예 안보십니까?
(어떤분)네.저도 쿨하게 안봅니다.
대략 이런 논리였지만
결혼하고 모든걸 공유하며 살다보니 아주 조금은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었고
그것이 핸폰이 되었다는 말이었습니다.
선듯 동의하기 힘든 말이었지만...
그렇게 하시는분들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흘려들은 이야기인데 워낙 재밌게 말씀하시는분이라
그 말들이 잠재의식중에 남았나봅니다.
하지만, 그걸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도 그렇게 할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무의식중에 아내에게 불쾌하다는식의 모습을 보인게 그 기억 때문인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렇게도 해보고싶은 반항기 청소년이 되었던걸까요?
서운해 하는 아내에게 한마디 해봅니다.
여보야 미안해..
근데,핸폰 서로 비번걸고 살아가는 부부들도 많다고 하더라.
한심하다는듯이 아내가 쳐다봅니다.
xx선배 남편이 그런다던데...
소문들으니 바람피다 걸려서 오늘 내일 한다고 하더만...
그런사람이 또 있나보네.
혹시 xx선배란분 저번 동아리모임에 남편과 같이 오셨던분인가?
응. 왜???
헙!...아니.....ㅠㅠ
저에게 부부간 비밀번호에 대해 말씀해주셨던 그분.
바람은폐란 사연이 있었나봅니다.ㅠㅠ
나이가 들수록 귀도 얇아지고 이유없이 타인의 삶이 부러워진다고 하더만..
들을말 안들을말 가려가면서 살아가야겠습니다.^^;;
비밀을 만들려면 아내와 같이 만들어라.
어디선가 들었던 평범한 이말이 정답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