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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생각케하다

불친절한 버스에 한시간 탑승해 보니

by 티런 2009. 7. 17.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버스를 탑승할일이 많습니다.
출퇴근,등하교,외출등의 일로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버스.
일부 불친절한 기사님 때문에 고객이 불편한 느낌을 받게된다면 이건 문제가 있는것이겠죠?

하루종일 버스운전해봐라..항상 친절하게 되나?

혹 이런 물음을 던지시는분들이 있다면..
고객들은 그 버스 기사님을 오늘 처음 뵙게 되는거라는 말씀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항상 친절하신 기사님들도 많이 계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몇일전 일 때문에 000번 버스를 한시간정도 탑승하며 느낀점을 적어봅니다.

먼저,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에서 해당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해당버스를 기다렸나봅니다.
제가 탑승한 버스정류장은 버스유입량도 많고 바로앞에 큰사거리가 있어 정지신호일때
버스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게됩니다.

문제는 버스 승강장에 근접한 버스들은 손님을 수월하게 내릴수 있지만
뒷편에 있는 버스들은 버스정류장에 못미쳐 있는 상황이 되곤 합니다.

문제는 그 버스들이 내리는 손님이 없거나 몇분이 안되면 그 자리에서 하차를 시키시고
좌측 주행차선으로 바로 옮기신다는것입니다.

그런 현상들을 겪어본 손님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일쑤입니다.
그 좁은 정앙차로버스정류장에서 여러사람이 엉키며 뛰는 진풍경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날도 뒤에 있는 버스를 타러 뛰어가서 탑승하는순간.
앞에서 탑승하던 아주머니에게 기사님의 친절한(?)멘트가 날라옵니다.

기사님曰 "그 자리에 계시면 버스가 가는데 뭐하러 뛰어와욧! "

그 소리를 들은 아주머니는
"아니 그 자리에 있으면 못타니깐 뛰었던거죠.. 나 원참..."

기사님曰  "뭐요? 나원참이라니...."
" #$%&**'~"

뭐 이리 전개가 되더군요.


헙..듣는 제가 민망해 집니다.
손님이 왜 뛰었을까요? 그리 길들여진 고객에게 왜 뛰냐고 면박을 주는 기사님.
원칙상으로 맞는 말씀이지만 안 그런 경우가 더많으니 뛸수밖에 없었습니다.

왠지 저도 아저씨 말씀은 맞지만..왜 뛰게 되는지 한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요즘은 남의일에 참견하면 좋은꼴 못본다는 마나님의 말씀에 따라 참고 탑승했습니다.

다음정거장에서 한 아저씨가 급하게 타셨는지 승강계단위에서 지갑을 찾으시고 주춤하십니다.
이전의 말싸움때문인지 마음이 몹시 상한 기사님 멘트를 날리십니다.

기사님曰  "아..좀 빨리좀 타세욧! 미리미리 준비하셔야지..." 

아저씨 벌쭘한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 대꾸도 못하시고 뒷좌석으로 가십니다.


몇 정거장을 지난후 중앙차로 버스 정류장이 없어지고 일반적인 버스정류장 도로에 진입했습니다.
기분이 많이 안좋으신지, 아님 배차시간 때문인지 마구 밟으며 승객들에게 춤을 선사해 주시더군요.
4차선도로에서 2차선을 신나게 달리시던 버스가 우측으로 45도 각도로 버스정류장에 진입하며 급정거를 합니다.
한 군인이 뛰어오는 모습이 창가에 보입니다.

이후 탑승한 군인분에게 기사님은 또 멘트를 날리십니다.

기사님曰  "버스 탈사람이 정류장에 앉아있으면 어떻하니...?"
(군복무중인 사병인것 같으니 그냥 말을 놓터군요..)

군인분曰  "아저씨 버스정류장 근처로 진입안하시고 상위차선으로 지나칠려고 하십니까? "
"그리고 버스보고 일어났거등요?"

기사님曰  "아니 이사람이... 손이라도 들어야지 버스가 서지.탈건지 안탈건지 내가 어케알어?"


버스안을 둘러봤습니다.
이차안의 분위기는 기사님에게 제압당한...
어찌보면 나는 흠안잡혀서 험한꼴 안봐야지..하는 표정들입니다. 

조금지나 한 승객분이 탑승하기전 행선지를 물어보더군요.

승객曰 " 0000 에 서죠? "
기사님曰 " 안타실꺼예욧?"

이런 애매한 대답을 하시곤 추춤하는 승객을 두고 출발해버립니다.
이버스는 0000에 가는 버스였습니다.

버스는 한적한 길로 들어섰습니다.
드디어,내릴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소심한 티런,
늦게 나가면 혼날까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기전 뒷문쪽으로 얼릉 걸어갑니다.
그런데 기사님 멘트가 허공을 가로지름니다.

기사님曰  "아저씨 앞문으로 내리세요.사람없을땐 그냥 앞문으로 와요"

돌아보니 저보고 하는 소리입니다.
헙... 앞문하차 안된다고 하는 기사님들을 많이 봐온 티런은 갑자기 복잡해집니다.
이건 뭐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 기사님 맘인가봅니다.
승객은 그냥 하라는 대로 하라는건가 싶습니다.

버스는 앞문으로 승차, 뒷문 하차.
이제 정답이겠죠?

티런이 고민끝에 한마디를 던져드립니다.

티런曰  " 기사님들 편한대로 이렇게 저렇게 하시니 손님들이 헷갈려하는거 아닙니까?"
           " 뒷문으로 내리겠습니다.'라고 답해 드렸습니다"


다행히 기사님은 아무 말씀없이 뒷문을 열어주더군요.
내린후 괜한 말을했나 싶었지만 .. 그래도 속은 약간 시원하더군요.

퇴근시간에 보면 뒷문승차를 허용하는 기사님들이 많습니다.
앉아서 갈려고 서둘러 앞쪽에 줄섰다가 대략 뻘줌해진 경우가 생각납니다.

그런 경우를 본후,뒷문으로 타도 되는지 싶어 뒷문승차를 하다 면박을 듣곤
치사한 사람으로 비쳐지는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원칙을 지킨다면 서로가 헷갈릴 부분은 없습니다.

기사님들도 버스탑승객들도 정해진 원칙을 지키고 편법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날 느꼈던 불쾌했던 부분들도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과로에 시달리시고 배차시간 맞추기에 바쁘신것은 알고 있고 이해도 합니다만,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그리 큰 서비스를 원하고 있지않습니다.

기사님들의 '어서오세요'란 한마디에 즐겁게 목적지에 도착해서..
'수고하세요' 라고 정겹게 작별인사를 하는 작은 행복을 누리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